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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기 지음, 『바게트 소년병』 수록 단편 소설, 2022년 09월 19일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제혁'(전직 야구선수)이 교도소 대신 신분세탁업체에 취직한다면?
#시뮬레이션게임 #야구 #약물파동 #신분세탁 #악플러 #청부살인 #검은커넥션 #에이전트
오타니 쇼헤이를 연상시키는 외모와 실력으로 국민 스포츠 스타로 추앙 받던 야구 선수 오영은 고교 졸업 후 뉴욕 양키스에 입단을 합니다. 하지만 훈련 도중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던 중 약물에 손을 대게 되고, 메이저 리그 구단에서 방출됩니다. 한국에 돌아와 십 년간 직업 없이 전전하던 오영은 어렵사리 파인클리닝이라는 신분 세탁 전문기업에 취직을 합니다. 그리고 스물 다섯 번째 직원이라는 뜻의 이름 '이오(25)'로 새 삶을 시작합니다.
이오는 기밀 유지를 위해 외부와 차단이 되어 벙커 내부에서만 생활하게 되고, 휴식 시간마다 야구 시뮬레이션 게임에 빠져듭니다. 게임을 통해 과거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캐릭터 '오영'을 만들고 망해버린 자신의 삶을 지우고 새로 태어나고자 합니다. 하지만 선수 시절 자신을 괴롭히던 안티블로거 지터의 등장으로 오영의 새 출발은 제동이 걸려버립니다. 과연 오영은 과연 무사히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거듭날 수 있을까요?
▶️신분세탁 스토리를 야구선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함께 직조한 작품으로, 단편이지만 촘촘한 구성이 영화 같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추락한 야구 스타의 갱생 드라마 <25>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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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은 이오가 만든 게임 캐릭터였다. 2013년 구글에서 개발한 메이저리그 기반의 온라인 야구 게임 '드래프트'는 보통의 스포츠 게임처럼 경기를 치르거나 구단을 운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선수를 육성하는 시뮬레이션에 가깝다. 시대, 국적, 인종, 연령 등 선택과 랜덤이 결합된 초기 서정을 하고 나면 게임은 마치 실제 인생처럼 종잡을 수 없이 확장된다. 탄생, 성장, 결혼, 죽음 같은 인간사에서부터 계약, 훈련, 데뷔, 징계, 수상, 은퇴 같은 실질적인 야구 이야기까지 광대한 서사가 구글 맵 위에 펼쳐지는 것이다. (...) 이오가 드래프트를 시작한 계기는 오영의 인생을 복기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시작부터 잘못됐어. 너무 멀리까지 가서 야구를 했던 거야. 일흔세번째인가 일흔네번째 오영을 삭제한 뒤, 이오의 머릿속엔 이런 생각이 떠오른 적도 있었다. - p.43, 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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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파인클리닝은 세탁 전문 기업이다. 대외적으론.
실상은 달랐다. 파인클리닝의 전문분야는 옷이 아니라 사람이다. 한 사람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시켜주는 것이다. 신분 세탁 전문 기업 파인클리닝. 이래 봬도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선한 취지를 지닌 기업이다. (...) 파인클리닝은 사려 깊은 회사다. 유예기간 동안 의뢰인에게 정신분석, 심리 상담, 최면 치료, 요가, 명상처럼 실질적인 혼란 완화 프로그램은 물론 안락한 거주 공간도 제공한다. 이오의 근무지, 그러니까 한밭구장 외야 너머 옥외 광고판 아래에는 지하 오층 규모의 벙커가 있다. 그 안에는 총 서른 개의 독방이 있고,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제반 시설과 기기가 마련되어 있다. 유예 기간 동안은 지상출입이 엄금되고 사회와 격리되기 때문에 가능한한 모든 걸 벙커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 유예기간이 끝나면 결정할 기회가 주어진다. 원래 삶으로 복귀할지. 파인클리닝에서 제안하는 삶을 살지, 삶을 마무리할지. - p.52, 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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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터는 복병이었다. 오영을 추적하는 글을 올린 걸 시작으로 과거 포스팅을 복구하고 오영에 대한 갖가지 자료와 비판적인 코멘트를 업로드하며 인공호흡을 하듯 이오의 전생을 되살려냈다. 어느새 영영도 진지해졌다. 블로그 해킹도 모자라 미행을 붙이고 뒷조사까지 하며 과잉 조치라고 느껴질 정도로 지터를 압박했다. 지터도 만만치 않았다. 블로그를 없애고 새로 개설하길 반복하며 악착같이 생존했다. <블로그를 살리고 오영을 언급하니까 반응이 느껴진다. 며칠 전부터 누군가 내 뒤를 밟는 것 같다. 오영의 짓이 분명하다. 겁쟁이처럼 꼼수를 쓰는 건 오영의 전매특허니까. 해킹까지 하는 걸 보니 정보기관의 힘을 빌린 것 같은데, 어떻게 연줄이 닿은 거지? 하긴, 실력도 없는데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때부터 의심스러웠다.> -p.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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