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게임
김인숙 지음/ 2023년 6월 16일/ 384쪽/ 소설
📌저마다 다른 기억으로 진술되는 1994 여름 밤의 미제사건, 20년 후 찔린 자와 죽은 자, 사라진 자 중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미제사건 #왜곡된기억 #미스터리 #퇴직형사 #수사물 #복수 #속죄 #여성연쇄살인마 #반전 #태완이법
성공한 게임회사 대표 황이만은 청년 시절 데이트 도중 알 수 없는 칼부림에 휘말렸고, 그 직후 여자친구는 종적을 감춰버렸다. 그날의 사건은 황이만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쳐왔는데 그로부터 20년 후, 익명의 발신자로부터 그날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일러스트가 담긴 메일을 받는다. 그리고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상한 크고 작은 사건사고. 이에 황이만은 20년 전 자신의 사건을 담당했던 퇴직 형사 안찬기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20세기 최악의 폭염을 기록했던,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김일성이 죽은, 지존파가 검거되었던 1994년. 그해 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누가 거짓을 가리키고,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데뷔 40년차 소설가 김인숙의 장르적 시도가 돋보이는 신작 장편으로 문학동네 플레이시리즈의 런칭작입니다. 억울한 피해자의 모습에서 파렴치한 악한으로 순식간에 얼굴을 바꾸는 반전은 전율이 돋고, 말문을 잃게 만드는 최고의 장면입니다. 서울 재개발예정지구를 배경으로, 1994년과 현재를 오가며 교차되는 미스터리, 범죄스릴러 《더 게임》을 영상화 IP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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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린 후 그의 나머지 20대는 연희를 찾는 일로만 채워졌다. 물리적으로 그랬다는 뜻은 아니다. 연희의 친구들을 찾아다니고, 버스 정거장에서 기다리기를 반복하고, 연희인지 아닌지 모를 여자가 사라졌던 골목길을 헤매고, 연희의 학교를 찾아가 휴학중이던 연희가 혹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몇달동안은 할 수 있어도 몇 년 동안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고작 그 몇 달 정도로도 그는 연희의 친구들 사이에서, 그리고 그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서도 ‘미친놈’ ‘정신 나간 놈’이 되어 있었다. 잊어버리라고 했다. 안 그러면 너만 미친놈이라고 했다. 차츰 모두가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갇혀 있던 방의 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는 것, 우물의 벽을 기어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간보다는 마음이 더 문제였다. 연희를 찾아야 한다는 마음이 활활 타는 불 같았다. 간절함이 아니라 분노와 앙심의 불. (...)
- p.33, 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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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거기 갔었어요? 유상대님도? 뭘 모르는 체할 수 없어서?”
“내가 거기 간 건 어떻게 아십니까?” “거기가 거기인 건 어떻게 아십니까?” “설마 내가 그랬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안형사님?” “뭘 말입니까?” “그 백골 사체 말입니다, 안찬기 형사님.” 그 와중에도 유상대의 얼굴에서는 가면 같은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안찬기는 유상대가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발음하며 형사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무시와 경멸이었다. 안찬기가 지금은 형사도 뭣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
“내가 왜 그런 짓을 했겠어요?” 유상대가 물었다. “글쎄, 왜 그런 짓을 했을까요?”
“다 아시잖아요.”
“내가 뭘요? 어떻게요? 다 죽고, 살아 있는 사람들은 다 자기는 아니라고 하는데?”
“뭐가 아니라고요?”
“김주열, 죽인 거.”
“난 아닙니다.”
“그것 봐요.”
“칼에 대해서 묻고 계신 거라면, 네, 들고 있었습니다.”
칼이라...... 이건 또 처음 듣는 소리였다.
-p.195 , 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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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재는 달랐다. 최윤재가 공범들 중 가장 심약한 자였다. 가장 많이 겁을 먹었고, 가장 많이 무서워했고, 가장 빨리 무너졌다. 공소시효법이 변경된 후에도, 최윤재의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깊어졌다. 법이 한번 바뀌는 걸 보니 또 바뀌는 건 문제도 아닐 것 같았다. 죽이지도 않았는데 죽인 죄를 뒤집어쓸까봐 벌벌 떨었다. 그때마다 땡땡땡 하고 돌아다녔다. 다행히 아버지가 있었다. 김주열이 묻혀 있던 폐가가 최윤재 아버지의 소유였다. 사체가 그토록 오래 발견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최윤재 아버지가 김주열의 시체를 옮겨 묻는 것만 빼고는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안 한 일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 최윤재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었고, 미친놈이 되었고,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방식으로 목숨을 버렸다.
그리고 여기 또 한 사람의 아버지. 강노을의 아버지가 있었다. 죽었거나 살았거나 아들을 끌어안고 산 것은 최윤재의 아버지나 강노을의 아버지나 똑같았다.
- p.3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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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시리즈에 보내는 추천사
장르 소설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에 대한 예상치 못한 영리한 대답. _임승용(제작사 용필름 대표)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처럼, 흰 종이 위의 활자들이 꿈틀거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듯하다.
_장영환 (영화 <기생충> PD)
정교한 묘사에 올라탄 상상력이 착시를 일으킨다.
마치 머릿속에서 상영중인 영화를 숨가쁘게 읽어내려가는 기분.
_황석희(영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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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동네 플레이 시리즈 1차 런칭🔔
‘읽는’ 소설에서 ‘보는’ 소설로,
국내 최고의 작가들이 만들어나가는 무수한 취향의 테마파크!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높은 웰메이드 장편소설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2023년 6월 1차 런칭 소설 김인숙의 《더 게임》 ▶️ 미스터리
김사과의 《바캉스 소설》 ⏸️ 스릴러
정한아의 《달의 바다》(개정판) ◀️ 드라마를 선보입니다.
하반기에도 플레이 시리즈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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